
영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이란의 거장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단순한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1990년 이란 대지진 이후 감독 본인이 영화 촬영지를 다시 방문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삶과 죽음, 허구와 진실, 예술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 즉 스토리, 명대사, 철학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해석을 제공한다.
스토리: 허구와 다큐 사이의 경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영화적 형식 실험의 정점이라 평가받는다. 영화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1987년 작품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한 실제 배우들을 찾기 위해 지진 이후의 촬영지를 방문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여행을 담은 방식은 철저히 ‘재연’된 픽션이다. 실제 감독이 아닌 배우가 감독 역할을 연기하고, 그의 아들도 배우로 등장한다. 관객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장면들을 따라가며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내러티브 영화 구조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질문한다. 등장인물과 장소, 대화는 실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각본에 의한 연출이다. 이로써 키아로스타미는 영화가 진실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재난의 현장에서 삶이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극적인 연출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으로 조용히 전달한다. 이러한 형식은 관객에게 단순한 관람 이상의 몰입을 유도하며, "삶은 계속된다"는 명제에 대해 감정적으로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속에 남는 질문은 ‘이 장면이 진짜였을까?’가 아니라, ‘이 장면이 왜 이렇게 진짜처럼 느껴졌을까?’이다.
명대사: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문장들
이 영화에서 명대사라고 불릴 만한 대사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러나 몇몇 대사들은 단순함 속에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대표적인 한 장면에서는 지진 피해 지역을 지나가던 주인공과 어린 소년이 대화를 나눈다. 소년이 말한다. “우린 살았어요. 그게 중요한 거예요.” 그 짧은 말 속에는 살아남은 자의 생존에 대한 자각, 죽은 자에 대한 애도, 그리고 삶의 지속에 대한 의지가 모두 담겨 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장면은 감독 역을 맡은 인물이 무너진 마을을 지나며 던지는 말이다. “삶은... 계속된다. 우리는 멈출 수 없어요.” 이처럼 짧고 담담한 문장들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을 대신한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오히려 더 강렬한 감동을 전한다. 이는 키아로스타미 특유의 미니멀리즘이 가장 빛나는 지점이다. 그는 말보다 ‘침묵’과 ‘시선’을 더 중요하게 다루며, 여백 속에서 의미를 찾게 한다.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깊이 새겨진다. 명대사라 부를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진실되고 강하다.
철학: 영화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단순한 영화 이상의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키아로스타미는 이 작품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이 그 삶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특히 영화는 죽음과 파괴의 현장을 담아내면서도 그것을 비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계속되는 삶’에 주목한다. 이란 대지진이라는 거대한 재난 이후의 풍경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 참상을 과장하거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여전히 차를 타고 길을 걷고, 옷을 빨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로써 영화는 관객에게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다. 또한 영화의 구조적 실험은 진실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연출과 기록 사이에서 영화는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키아로스타미는 영화가 단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같은 ‘진실의 인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작품은 그 믿음의 완벽한 구현이다. 결국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삶에 대한 성찰, 예술의 책임,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성숙하게 녹여낸 영화로 평가된다. 관객은 화면 속 인물들보다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단순히 지진 이후의 재난을 기록한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허구와 진실, 죽음과 삶, 영화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스토리 구성의 실험성과 철학적 메시지,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명대사를 통해 키아로스타미는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을 전한다. 만약 당신이 단 한 편의 인생 영화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은 분명 그 자격이 있다.